뮤지컬 '시라노'는 스페인과 전쟁 중이던 17세기 프랑스에서 용맹한 가스콘 부대를 이끌었던 콧대 높은 영웅 시라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RG컴퍼니, CJ ENM
[더팩트|박지윤 기자] 거대한 코만 빼고 모든 게 완벽한 남자가 5년 만에 관객들 곁으로 돌아왔다.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지만,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꺾이지 않은 신념을 지닌 콧대 높은 영웅 '시라노'다.
뮤지컬 '시라노'는 스페인과 전쟁 중이던 17세기 프랑스에서 용맹한 가스콘 부대를 이끌었던 콧대 높은 영웅 시라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프랑스의 시인이자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이 실존 인물인 에르퀼 사비니엥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각색했다.
고은성은 시라노 역을 맡아 가스콘 부대를 이끄는 영웅적인 면모를 드러내면서도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는 한없이 소심해지고 평범해지는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RG컴퍼니, CJ ENM
못생긴 코라는 콤플렉스를 가진 시라노는 시인이자 전사이며 기사도 정신으로 똘똘 뭉친 광대이자 괴짜다. 그는 낮은 자들을 위해 콧대를 드높이는 진정한 영웅이지만, 사랑하는 여인 록산 앞에서는 자신의 진심을 전하지 못하고 한없이 작아진다.
이 가운데 록산은 자신의 가방을 훔치려던 소매치기를 잡아준 크리스티앙과 인사를 나누며 마음의 문을 연다. 그렇게 록산은 자신의 마음을 시라노에게 고백하고, 말솜씨가 없는 크리스티앙은 록산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이를 지켜보던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펜을 잡고, 그동안 록산에게 전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편지에 꾹꾹 눌러 담으며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준다.
이렇게 작품은 스페인과 전쟁 중이던 프랑스에서 용맹한 가스콘 부대를 이끌었던, 또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 헌신하는 시라노의 명예로운 삶과 고귀한 사랑을 다룬다.
이를 통해 외모나 겉모습이 아닌, 진정한 내면을 바라보는 사랑의 본질을 깨닫게 한다. 또한 시라노의 대사들은 뒤숭숭하고 혼란한 현 시국과 맞물리면서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더 깊고 짙은 여운을 안긴다.
'시라노'는 오는 2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RG컴퍼니, CJ ENM
'시라노'는 2017년 초연과 2019년 재연 동안 쌓아온 경험과 리뷰를 바탕으로 완성도를 높이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에 시라노를 중심으로 록산과 크리스티앙의 관계와 사랑을 이야기하는 서사를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개성 뚜렷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키며 새롭게 재탄생됐다.
특히 록산은 자신의 사랑에 솔직하고 전쟁터에 식량을 들고 가는 등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인물로 재설계해 보다 극을 풍성하게 만든다. 또한 '연극을 시작해' '말을 할 수 있다면' '달에서 떨어진 나' 3곡이 새롭게 추가됐고, 대도구와 회전무대를 적극 활용해 라그노의 빵집부터 가스콘의 훈련장과 록산의 집, 전쟁터 등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무대와 넘버의 분위기에 따른 디테일한 조명 연출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고은성은 화려한 언변과 뛰어난 검술을 지닌 콧대 높은 영웅 시라노 역을 맡아 이번 시즌에 새롭게 합류했다. 그는 가스콘 부대를 이끄는 영웅적인 면모를 드러내면서도 커다란 코를 지닌 외모 때문에 차마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는 한없이 평범해지는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또한 그는 '거인을 데려와' '홀로(Alone)'에서는 폭발적인 성량으로 공연장을 압도하다가, 록산을 향한 마음을 애절하게 노래하며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또한 고은성과 앙상블이 함께하는 파워풀한 군무와 고난도 액션이 가미된 치열한 전투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초연 이후 7년 만에 돌아온 김수연은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극 안에서의 15년이라는 세월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크리스티앙 역의 임준혁은 훤칠한 키와 훈훈한 비주얼 그리고 고은성과의 남다른 '케미'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5년 만에 뉴 프로덕션으로 컴백한 '시라노'는 2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시라노 역에는 조형균 최재림 고은성이, 록산 역에는 나하나 김수연 이지수가, 크리스티앙에는 임준혁과 차윤해가 이름을 올려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